흔히 심장은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는 기관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가슴이 쓰린 것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일까.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환자의 몸을 치료하는 것 못지 않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자타공인 심장내과 전문의 류재춘 원장 역시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시작이라 믿고 있다. 누구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의술의 길을 걷고 있는 류재춘 원장을 만나 보았다.
오직 환자의 마음만 생각한다
류재춘 원장은 ‘유심회’라는 심장환우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유심회는 그가 일산백병원 시절에 그에게 관상동맥술이나 우회술을 받았던 환우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유심회는 매월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으며 일년에 한, 두 번씩은 등산을 가는 등 심장환우들끼리 자발적으로 조직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이같은 모임을 만들게 된 것은 시술 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환우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대개 시술이 그렇듯 심장수술을 받은 환우들은 유난히 불안감이 심하다고.
“심장은 마음의 불안을 떨쳐야 나을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 한달에 한번씩 저녁도 먹고 건강강좌도 하고 …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진료외에도 환우들과 만날 시간을 자주 갖는다는 그에겐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일반 개원의들에겐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는 일들을 그는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다. 병원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 환자들을 만나도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는 그가 요즘 가장 열심히 하는 일은 홈페이지 관리이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종종 현기증을 느껴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는 이러한 사연을 접할 때마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켜주며 잠재적 환자들에게 병원을 내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흉통을 예로 들면, 만성질환으로 발전해서 동맥경화로 인한 협심증이 되거나 부정맥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내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재춘 원장은 백병원에서 관상동맥술을 2000례 이상 시행하여 큰 화제를 낳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류재춘 내과’라는 이름으로 개원을 하며 겪은 애로사항은 한, 두개가 아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종합병원에서 썼던 ‘심장내과’라는 명칭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의 환자 중 70% 이상이 심장질환 환자이지만 ‘심장내과’라는 명칭을 쓸 수 없는 법조항 때문에 그는 내과라는 통칭으로 환자들을 만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모든 전문의들이 개원하며 겪는 문제이지만 류 원장 역시 이런 현실적인 문제점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결국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 같지만 제도적 모순점으로 인해 겪는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환자들의 인식 자체가 중풍과 같은 큰 질환으로 병이 커질 때까지 방치한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환자들이 병을 키우게 된 배경에는 고가의 건강검진도 한 몫했다고 할 수 있다. 고혈압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증상이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환자들의 경우, 건강검진은 꿈도 못 꿀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류 원장은 “환자들이 큰 병이 되어서야 종합병원을 찾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며 “개원가에도 좋은 검사시설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환자들이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으며 건강검진의 현실적인 대안 모색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 지적되고 있는 것처럼 건강검진은 질병이 생긴 후가 아니라,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굉장히 심각하게 아파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건강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없습니다. 항상 예방하는 차원에서 검사하고 의사를 만나 진찰해야 합니다. 환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도 의사인 저의 몫이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개원의도 전문성 갖추는 것이 중요
삼성의료원, 세종병원, 일산백병원 등 종합병원 전문의 생활을 오래한 류 원장이 개원을 하게 된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개원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개원의를 찾지만 종합병원에 비해 시설이나 경험면에서 취약한 점을 보여 환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오해가 곳곳에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류 원장은 최근의 개원의들은 종합병원에서 쌓은 임상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개원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환자들이 경험있는 전문의들이 개원한 병원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그는 이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감기 환자라 하더라도 청진을 하고 혈압을 재주고 있다. 이처럼 20년을 한결같이 심장을 치료해 온 그가 말한 심장내과의 매력은 ‘드라마틱한 것’이다. 그것은 때론 그에게 보람을 주기도 했으며 때론 더 무거운 사명감을 주기도 했다. 그 때 동고동락을 경험했던 환자들이 찾아와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을 볼때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이 참 치열하고도 강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심장병 환자들은 흔히 타입 A형이라고 부릅니다. 성격이 대부분 급하고 강박적이죠. 따라서 육체적인 치료 외에도 mental적인 치료가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류 원장은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진료만 하고 돌려보내는 법이 없다.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묻고 함께 웃고 울며 그들 마음속에 있는 고통을 하나씩 끄집어내게 도와주는 것이다.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내과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의 정신적인 치료까지 함께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때문에 그는 개원의들도 이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원의라 하더라도 전문성을 강화해야 환자들에게 평생 주치의 개념의 의사로 남을 수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의사로 기억되느냐, 단순히 질병을 치료해 준 사람으로 남느냐는 그 의사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습니다.”
류 원장은 또 심장내과의 전문화를 위해 개원의들도 24시간 심전도, 초음파 등 의료시설을 마련하여 환자들이 언제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실제로 최근 심장내과 전문의들이 개원한 몇몇 병원을 살펴보면 이러한 시설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어 환자들에게 최적의 진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초음파나 심전도 등 대부분의 검사를 원장이 직접 진행하여 종합병원보다 신속, 정확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류 원장은 이들의 관계에 대해 “상하관계나 수직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의사는 환자를 아래나 위에서 내려보는 상하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항상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의사는 환자가 있을 때만 존재의 의미가 있다.
약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결같이 의술의 길을 걸어온 류재춘 원장. 그가 말한 의사와 환자의 정의는 참 명쾌하다.
“환자는 환자일 뿐입니다. 환자는 그 자체가 환자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그 능력껏 모든 걸 해줘야 합니다. 심리적인 치료부터 최신치료,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응까지. 그렇게 따지면 의사란 직업이 결코 순탄친 않죠? 환자가 단순히 환자인 반면, 의사는 그들의 질환을 교육시켜야 하고 치료를 위해 또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전달해줘야 합니다.”
그가 예방 못지 않게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환자들의 교육이다. 특히 질병에 대해 지식을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예를 들면 그는 관상동맥을 수도관에 비유하여 “수도관이 얼었다가 갑자기 터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식의 비유를 들어 환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여 질병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또 환자의 적응도를 생각한 교육을 하는데, 혈압 환자들의 경우 약을 먹다 괜찮아지면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에 그는 끝없이 병원에 와야 하는 중요성을 교육시키곤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호전되는 것 같으면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혈압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의사들이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에게 자꾸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게 의사의 의무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 전해야 환자들에게 의사란 존재가 의미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그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란 오직 환자가 있을 때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가 걸어온 20년 의술의 길이 설명이 되는 듯 했지만 직접 만나본 류재춘 원장은 정말 천상 의사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의사였다. 그러나 “그가 천상 의사”라고 불리게 된 것은 결코 그의 사명감 때문도, 그의 숙명감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가 소위 말하는 ‘명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류 원장과 환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선’ 때문이었다. 오직 환자들만 생각하고 환자들만을 위해 존재해야 의사가 의미있다고 믿는 한결 같은 철학. 그리고 그가 불어넣은 새로운 생명들. 너무나 투명해서 아름답기까지 한 이들의 관계가 단순히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서로 육체의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류 원장은 앞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심장클리닉을 더욱 확장시킬 계획이다.
환자의 마음까지 돌보고 모든 것을 환자에게 주겠다는 마음으로 진료해야 한다는 의사에 대한 정의. 그 강한 울림이 환자들 마음 하나하나에 맺혀 완치의 길로 들어설 때까지 류재춘 원장은 오늘도 청진기를 들고 진료실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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