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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류재춘  작성일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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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임신과 고혈압 치료,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기고] 임신과 고혈압 치료,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류재춘: 대한임상순환기학회 고문·전 회장 (류재춘 내과)

 

임신은 새로운 생명을 품는 기쁜 시간이지만, 산모의 혈압이 높아지면 이야기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임신 중 고혈압은 산모에게 뇌졸중·심부전·콩팥 기능 저하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태아에게도 성장 지연이나 조산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 중 혈압은 "조금 높아도 출산 뒤에 보자"는 방식이 아니라, 산모와 아기를 함께 지키기 위해 더 일찍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문제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6년 제6판 고혈압 진료지침은 임신 중 고혈압 치료의 기준을 한 단계 강화했습니다. 핵심은 분명합니다. 임신 중 고혈압도 필요할 때는 치료를 미루지 말고,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왜 임신 중 혈압이 중요한가

혈압은 심장이 피를 내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입니다. 흔히 "최고혈압/최저혈압"으로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140/90mmHg라면 최고혈압이 140, 최저혈압이 90이라는 뜻입니다.

임신 중에는 혈액량과 심장 부담이 늘고,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혈액과 산소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지면 산모의 혈관과 여러 장기에 부담이 생길 뿐 아니라 태반 혈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은 전자간증과 연관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임신 중 고혈압은 크게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만성고혈압: 임신 전부터 고혈압이 있었거나, 임신 20주 이전에 고혈압이 확인된 경우
  • 임신성 고혈압: 임신 20주 이후 새로 혈압이 높아진 경우
  • 전자간증: 고혈압에 단백뇨 또는 간·콩팥·신경계 이상, 혈소판 감소, 폐부종 등 장기 이상 소견이 동반될 수 있는 질환

임신 중 새롭게 혈압이 올랐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산부인과와 내과 또는 심장혈관 전문의가 함께 산모의 상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태아 성장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큰 변화: 150/100에서 140/90으로

과거에는 임신 중 혈압을 너무 많이 낮추면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혈압까지 기다렸다가 치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경증 만성고혈압이 있는 임신부에서도 혈압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산모와 태아의 중대한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반영한 2026년 지침은 만성고혈압 또는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임신부에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합니다. 이는 권고등급 I, 근거수준 B에 해당하는 강한 권고입니다.

다만 "낮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임신부에서는 이완기혈압, 즉 최저혈압을 80mmHg 미만으로 과도하게 낮추는 것은 권고되지 않습니다. 산모의 혈압을 적절히 조절하면서도 태반과 태아로 가는 혈류가 충분히 유지되도록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 밖 혈압도 중요합니다

진료실에서 혈압을 재면 긴장해서 일시적으로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흔히 '백의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진료실에서는 괜찮아 보여도 집이나 일상생활에서는 혈압이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2026년 지침은 임신 중 고혈압의 진단을 위해 가정혈압 또는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을 고려하도록 권고합니다. 특히 임신 중의 백의고혈압도 산모와 태아의 합병증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어, "병원에서만 높으니 괜찮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혈압은 다음 원칙으로 재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워치나 반지형 기기는 혈압 관리에 관심을 높이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임신 중 치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진단과 치료 조정에는 검증된 혈압계로 측정한 수치와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약은 먹어도 될까

임신부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혈압약을 먹으면 아기에게 해롭지 않을까요?"입니다. 답은 단순히 "먹어도 된다" 또는 "먹으면 안 된다"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임신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을 골라, 필요한 경우 적정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2026년 지침에서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혈압약으로 제시한 약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메틸도파, 라베타롤, 니페디핀(특히 서방형 제제), 암로디핀, 상황에 따라 히드랄라진

약제 선택은 혈압 수치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산모의 심박수, 천식 여부, 간·콩팥 기능, 기존 심장질환, 복용 중인 다른 약, 임신 주수, 태아 상태 등을 종합해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임신 중 혈압약은 임의로 시작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이라면,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고혈압 약제, 대표적으로 AC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는 태아의 콩팥 발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 중 사용하지 않습니다. 임신을 알게 된 뒤 약을 무조건 끊기보다, 처방한 의사나 산부인과에 빠르게 연락해 안전한 약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바로 진료받아야 합니다

임신 중 혈압이 높다고 모두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아래 증상이나 수치가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진료 또는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혈압이 반복해서 160/110mmHg 이상인 경우, 갑자기 매우 심해진 두통, 시야가 흐려지거나 번쩍거림, 시력 변화,명치 또는 오른쪽 윗배의 심한 통증, 숨참, 가슴 답답함, 갑작스러운 부종 악화, 경련, 의식 변화, 태동이 뚜렷하게 감소한 경우

중증 고혈압은 산모의 뇌출혈, 심부전, 태반 조기박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상황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입원해 산모와 태아 상태를 신속히 평가하고, 필요하면 정맥주사 혈압약을 포함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생활관리도 중요하지만, 임신 중에는 '다이어트'나 무리한 운동이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체중 조절은 임신 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임신 중에는 산부인과와 상의해 개인별로 적절한 체중 증가 범위를 관리해야 합니다.

일상에서는 다음을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정기 산전진찰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 처방받은 혈압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합니다.
  • 혈압 기록을 남겨 진료 때 제시합니다.
  • 짠 음식, 국물·찌개·가공식품 섭취를 줄입니다.
  • 흡연과 음주는 피합니다.
  • 의료진이 허용한 범위에서 걷기 등 가벼운 신체활동을 합니다.
  •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 임의로 건강기능식품, 한약, 진통소염제 등을 복용하지 않습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전자간증 위험이 높은 일부 임신부에서 예방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임신부가 복용해야 하는 약은 아니며, 시작 시기와 용량은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산부인과 전문의가 결정해야 합니다.

출산 후에도 혈압 관리는 계속됩니다

출산했다고 고혈압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성 고혈압이나 전자간증을 경험한 여성은 이후 만성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출산 후에도 혈압을 꾸준히 확인하고, 정해진 산후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유 중에도 혈압약 선택은 가능합니다. 다만 약물이 모유로 얼마나 이행되는지, 아기의 상태는 어떤지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수유를 이유로 약을 스스로 끊어서는 안 됩니다. 산부인과·내과·소아청소년과와 상의해 산모의 혈압 조절과 아기 수유를 함께 지켜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이번 지침 변화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임신 중 고혈압은 참고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산모와 아기를 위해 제때 진단하고 안전하게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임신 전 고혈압이 있던 여성, 가족 중 고혈압·전자간증 병력이 있는 여성, 이전 임신에서 고혈압 문제가 있었던 여성은 임신 계획 단계부터 혈압약과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 중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반복된다면 "임신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확한 측정, 꾸준한 기록, 적절한 약물치료, 산모와 태아를 함께 보는 진료가 건강한 출산의 출발점입니다.

반지형 혈압계도 활용해주세요

2026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 즉 팔을 압박하는 커프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 기기의 활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혈압계나 일부 웨어러블 기기가 이에 해당합니다.

기존의 혈압계는 팔에 커프를 감아 혈관을 일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반지형 혈압계는 손가락에서 얻는 맥파 신호 등을 분석해 혈압 변화를 추정합니다. 착용 부담이 적어 일상생활 중, 수면 중에도 혈압의 변화 양상을 보다 자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6년 지침은 검증된 커프리스 혈압계를 진료실 밖 혈압 측정에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권고등급은 IIb, 근거수준은 B입니다. 이는 "유용할 가능성이 있어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권하는 표준검사는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임신부에게도 반지형 혈압계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진료실 밖에서 혈압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때
  • 밤이나 새벽에 혈압이 높아지는 양상을 확인할 때
  • 반복적인 혈압 측정에 대한 불편감을 줄이고 기록 습관을 만드는 데
  • 진료실에서는 높지만 집에서는 정상으로 보이는 백의고혈압이 의심될 때 보조 정보를 얻는 데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반지형 혈압계만의 수치로 임신 중 고혈압을 확진하거나 약물치료를 시작·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임신 중 고혈압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므로, 치료 판단에는 검증된 상완 커프형 혈압계로 측정한 가정혈압 또는 의료기관 혈압을 기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지형 기기에서 밤새 혈압이 자주 높게 표시됐다면, 이를 단순히 넘기거나 스스로 약을 늘리는 대신 상완 커프형 혈압계로 다시 확인하고 기록을 가지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반지형 기기 수치가 정상으로 보이더라도 두통, 시야 이상, 명치 통증, 부종 악화 같은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반지형 혈압계는 "혈압을 더 편하게, 더 자주 관찰하게 해 주는 유용한 보조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진단과 치료의 중심은 여전히 정확한 표준 혈압 측정, 정기 산전진찰, 그리고 산모와 태아 상태를 함께 판단하는 의료진의 진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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